발표된 詩

|詩| 바람의 얼굴

서 량 2008. 10. 3. 09:21

       

       

       당신은 바삐 떠나는
       발자국 소리에 지나지 않아
       그 기척에 나 귀가 솔깃해지지만
       속 마음을 알았으면 하는 욕심에
       심장이 쿵쾅대지만

       

       당신 영혼을 파헤치고 싶은데
       갸름한 얼굴을 만지고 싶은데
       제스처 만이라도, 제스처 만으로라도

       

       참나무 한 그루가
       바람을 꽉 부둥켜 안고 있네
       검푸른 잎새, 잎새, 잎새들 뒤쪽에서
       무명(無明)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열렬히 분탕질하는 풀잎, 풀잎, 풀잎들을
       내려다보는 저 게슴츠레한 눈, 눈, 눈


       © 서 량 2003.06.10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1601444&orderClick=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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