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77. Old Black Joe

서 량 2009. 3. 29. 19:53

 옛날에 당신이 즐겨 부르던 스티븐 포스터(Stephen Foster) 노래 중 'Old Black Joe' 가사는 다음과 같다. 콧노래라도 흥얼흥얼 멜로디를 불러보시라.

 

 Gone are the days when my heart was young and gay. /Gone are my friends from the cotton fields away. /Gone from the earth to a better land I know. /I hear their gentle voices calling Old Black Joe. /I'm coming, I'm coming, for my head is bending low. /I hear their gentle voices calling Old Black Joe.

 

 내 마음 젊고 즐거웠던 날들은 가고 없네. /내 친구들 목화밭에서 가고 없네. /내가 아는 더 좋은 나라로 이 세상에서 가고 없네. /다정한 그들 목소리들이 올드 블랙 조 나를 부르네. /나는 가네, 나는 가네, 고개를 낮게 숙인 채. /다정한 그들 목소리들이 올드 블랙 조 나를 부르네.

 

 처음에 세 번 나오는 'gone'의 '갔다'는 의미는 전혀 무리가 없지만, 'I'm coming'을 '나는 가네'로 번역한 점에 당신은 신경을 곤두세워 주기를 바란다. 어째서 'go'와 'come'이라는 정반대의 개념을 둘 다 똑같이 '가다'로 옮겨야 하는가.

 

  'Come in'은 들어''세요, 'May I come in?'은 들어''도 좋으냐는 뜻이다. 'Why don’t you come over?'는 우리 집에 ''이고 'Okay, I’m coming over'하면 알았어, 지금 ''게로 번역해야 한다. 'come'은 참 알쏭달쏭한 단어다.

 

 퇴근 시간에 집에 전화라도 걸어서 '나 지금 집에 갈게' 할 때는 'I’m coming home'이고, 비서에게 집에 간다고 알려줄 때는 'I'm going home'이라 한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동양적인 오고 감은 순전히 장소 위주인 반면에 서구적인 오고 감은 사람과 장소를 엄연히 분별해서 진술한다.

 

 오고 감에 있어서만은 우리는 철두철미하게 자기위주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자칭하는 우리들은  사실 좀 냉정한 인간들이다. 죽어라 쫓아가서 멱살을 잡고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하소연을 할 열정은 없고 단지 십 리도 못 가서 상대가 발병이 나기를 기원하는 아리랑의 은근한 저주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라틴어의 'com'은 '함께'라는 말로서 'companion'는 동행자, 'company'는 회사, 'compassion'은 동정이라는 의미다. 'come'은 어떤 지점에 도달한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I came to a conclusion I can't live without you'는 '당신 없이는 못살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가 된다.

 

 우리말로 사정(射精)한다는 뜻, 즉 'orgasm'에 도달하는 것도 영어로는 'come'이라 한다. 자신을 상대의 입장에 몰입시켜서 상대에게 도착하는 순간을 '간다'는 대신 '온다'로 표현한다.
 
 만약에 상기의 'I'm coming, I'm coming'이 헐벗은 남녀가 열렬히 정을 통할 때 한 말이었다면 그것은 자기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는 것을 파트너에게 알리는 신호다. 이때도 의식의 초점은 상대에게 있다. 그래서 당신은 양키 동행자에게서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오라는 재촉을 받고 '네, 갈게요'라는 뜻으로 'I'm coming!'이라 응답하려 할 때 잠시 주춤하는 언어습관을 키워야 좋을지도 모른다.

 

© 서 량 2009.03.29

--뉴욕중앙일보 2009년 4월 1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