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담장, 여백을 두른다 / 김종란

서 량 2023. 1. 6. 19:11

 

담장, 여백을 두른다

 

                                김종란

 

무너진 곳  있으면 그곳에 걸터앉는다

저 멀리 눈 가는 곳 너무 흐린 회색은 지운다

물기 머금은 나무 한 그루의 평화를 둔다

허수룩한 곳에는 어김없이 푸르게 영롱한 풀

나무인양 의젓하다

담장을 두르고 내 안의 생각이

고루 호젓한 안마당

물기 부르는 퇴색된 마루엔 달리아

꽃 화분이 놓여있다 담장 낮아서

돌개바람도 슬쩍 들었다 나가고

햇빛은 신을 벗고 낮잠 한바탕이다

기름 냄새 나는 눈빛 씻으며

소리없이 다가오는 것들 본다

가볍게 다가와  무겁게 목을 조인다

그 거친 바람 달래 담 밖에 둔다

여기 즈음에 있다는 것

시간이 서로 다른 돌들이 맞대어

오래된 이 시간을 동그마니 안으며

당신의 빛을 우려내는 곳

어느 여백에 푸름으로  담장을 두른다

 

© 김종란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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