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제이에 대한 진단소견

서 량 2009. 3. 6. 09:52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했을 때 제이는 젊은 나이에 역사의식도 국가의식도 없었다 제이는 감회가 새롭다 한 국가의 대통령도 너무 똑똑하면 제 명에 못 죽지 예순 살 독신남 백인 제이는 지난 4년간 뉴욕지역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몰고 다니는 낡은 승용차 안에서 살다가 지난 겨울 혹한을 견디지 못해 뉴욕 북부 한적한 병원 응급실에 출두하여 자살을 하겠노라고 심각하게 우긴 후 정신과 병동에서 2주 동안 지내고 요새는 부랑자 수용소에 투숙하고 있다

 

 제이 아버지는 15살에 벨지움에서 혼자 배 타고 이민 와서 맨해튼에서 무지막지하게 성공한 보석공 제이 할아버지는 벨지움에서 내노라 하는 뇌수술 전문 외과의사 제이 어머니는 일찍이 장출혈로 죽은 요염한 술꾼 세 살 터울 금발의 여동생은 근력 좋은 흑인 정신분열증환자와 결혼해서 정부 보조금으로 큰 탈 없이 살아간다

 

 제이의 주증상은 본인의 진술 그대로 외롭고 불안하다는 것이고 다른 증상은 집 없는 떠돌이라는 것 제이는 내게서 절대로 큼직한 정신과 병명이 아닌 불특정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 서 량 2004.02.09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1601444&orderClick=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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