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고갈 / 윤영지

서 량 2009. 8. 27. 13:25

 고갈

                    윤영지

          그 옛날 이름 없는 석공이 끌과 망치로

          불볕에 비지땀 흘리며 화강암을 쪼개낸다

          돌과 금속의 튕김에서 울리는 공명이

          시퍼렇게 서럽다, 산사의 염불에 향내가 퍼져난다

          끌이 단단한 표면에 박힐 때마다 퉁겨나는

          나의 두개골, 하이얀 삶의 조각들, 산산조각난 파편

          그가 쪼개어낸 것은 또 하나를 마감하는 묘비였다

          지극히 수수한. 척박하기 그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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