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너머
송 진
올림픽 국립공원 깊은 숲 속에서
쓰러진 나뭇등걸에 돋아난 작은 방석만한
버섯과 마주쳤다. 윗면의 연한 갈색엔
세도나 흙빛의 경이로움 같은 게 어른거렸고
광어의 뱃살같이 포근한 밑면은
숲 속 가득히 팽창한 초록에 주눅이 들었는지
첫날밤 신부처럼 은밀하였다
독을 품고 있을까? 신비의 약재일까?
막막한 삶을 가며
악다구니 속에 박힌 가시들일랑은 발라낸 채
속 살의 육질을 가늠해 보려던 초심으로 촘촘히 살핀다
대박일지도!?
그 캄캄하던 침묵에 대한 해석은 오롯한 내 몫으로
그때 빗나간 화살은 부머랭이 되어 돌아와 아직도
내 늑골 사이에 박힌 채 풍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아니, 독버섯이겠지
날 벌레 하나가 목 언저리를 따끔하게 물고 뺀 후
귓가에서 앵앵거린다
앗,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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