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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389. 신(神)들의 논쟁

브루스가 내게 말한다. “나는 당신이 어떤 정신과의사인지 모르기 때문에 당신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내가 신에게 몇 번을 직접 물어봤는데 당신이 처방하는 정신과 약은 백해무익이니까 절대로 먹지 말라 하더라.” 그는 얼마 전 다른 병동에서 내 병동으로 후송된 60대 중반의 백인남자다. 말의 앞뒤관계가 크게 어긋나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내가 속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관계다. 요컨대 그와 나 사이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나 의견교환은 정상인을 자처하는 당신과 내 대화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을 느슨하게 먹고 물어본다. “나는 나 대로 신봉하는 신이 있다. 난처하게도 내 신은 브루스라는 환자를 잘 보살피고 약 처방도 최선으로 잘 하라고 당부하더라. 너의 신과 나의 신이 의견을 달리..

|컬럼| 356. 귀신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열연하는 2014년 영화 ‘루시’를 기억하시는가. 오랜 진화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아직 두뇌의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추정에서 갈등이 펼쳐지는 사이파이 영화를. 그녀는 두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약 봉지를 강제로 몸에 수술로 삽입 당한 채 약을 운송 한다. 그리고 사고가 터져서 몸속 비닐 봉지가 파열하여 두뇌활동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악당 최민식에 강렬하게 대항하는 그녀는 두뇌의 사용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초능력이 나타난다. 두뇌의 40%가 기능을 발휘할 때 그의 생각을 읽고, 60%를 넘자 악당들의 공격을 생각만으로 제어하고, 나중에는 과거와 현재를 앉은 자리에서 두루두루 살펴보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 시공을 초월하는 능력! 불교의 6신통(神通)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컬럼| 78. 신(神)은 '좋은 것'이다

'good'은 15 세기 이전 고대영어에서 '모이다; 어울리다; 의견을 같이하다' 라는 뜻이었다. 그 말의 잔재가 현대영어의 'gather(모이다; 함께하다)'에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람들이 모이거나 어울리고 공감하는 것처럼 좋은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렇게 'good'에는 인간이 표범처럼 혼자 다니지 않고 사자들처럼 집단생활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는 내력이 숨어있다. 인간과 사자의 공통점은 생존의 어려움에서 오는 극심한 외로움에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도 알다시피 'god'와 'good'은 거의 같은 발음이다. 고대 홀란드 말로 신을 'god'이라 했고 '좋다'는 'goed'라 했다. 독일어로도 신은 'Gott'이고 '좋다'는 'gut'이다. 이렇듯 신은 좋은 것을 대표한다. 미국 돈에 써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