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화려한 겨울 가을이 불쌍해 죽겠어 가을은 초조하게 미래를 기약했지만 대롱대롱 매달리는 마지막 낙엽을 짐짓 묵살하고 이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나 가을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겨울도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한다 뿐이지만 내 어릴 적 소나기 주룩주룩 눈물처럼 쏟아지던 어느 날 .. 詩 2009.12.12
겨울 밤의 꿈 / 최덕희 겨울 밤의 꿈 최덕희 나무 그림자가 적막을 깬다 가지에 걸린 조각달은 나무를 끌어 안고 밑 둥을 덮은 낙엽 위에 가만히 내려 앉는다 따스한 온기가 아직 남은 흙 위에 사락사락 하얀 꽃잎이 입을 맞춘다 세상은 순간 마법에 걸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맥 없이 멈추어 서는 시계바늘 시간을 깔고 누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2.01
겨울로 가는 길 / 최덕희 겨울로 가는 길 최덕희 하늘이 징징 울음 운다 천릿길 새들의 젖은 날개가 구름을 이고 내려 앉는다 조지 워싱턴 브릿지의 촉촉한 안개 속을 둥둥 떠 다니는 불빛의 행렬 같은 태에서 떨어져 나온 쌍둥이 자리는 하나의 별을 노래한다 나풀나풀 하얀 깃털이 철교 밑 흐르는 물 위에 몸을 싣는다 물살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9
늦가을 / 최덕희 갈볕은 인색하기만 하다 된서리 내린 뜨락에 뒹구는 낙엽마저 녹아내려 질펀한데 가지 끝에 매달렸던 과일들이 미처 익어가지도 못하게 겨울이 자꾸 언 발을 디민다 온난화현상으로 지구는 땀을 흘리고 해가 갈수록 체감온도는 떨어져 철새도 길을 잃고 헤매인다 몇 닢 매달은 단풍나무는 밑둥을 돌..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04
|詩| 봄과 겨울 사이 나무와 꽃 사이에서 고심하는 사람들. 추위를 이겨내는 요령을 모르거나 제대로 꽃을 꽃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입춘대길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내 누이동생 같은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이 서성이는 틈새입니다. 물과 불의 본질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산소와 수소의 체감온도가 올라가.. 詩 2009.02.06
|詩| 도시의 겨울 도시는 불면의 밤에 도사리고 앉아 신경을 곤두세운다 눈에 빨간 핏발이 선다 도시는 초저녁에 이미 까무러쳤어 너무 조용해요 소음이 다 사라지고 난 도시는 너무 미치광스러워 도시는 달빛도 밤바람도 사랑도 명상도 모조리 거절한다 도시가 행글라이더처럼 뛰어가다가 절벽을 벗어.. 詩 2009.02.03
|詩| 음산한 사랑** 사람 하나 없는 뉴저지 북부 해변에 지금 당장이라도 가 보면 알 수 있다 무작정 비상하는 생명들이 남긴 비릿한 흔적 그 숱한 발길들이 겹겹이 화석으로 남아도는 당신 의식 속 가장 내밀한 장소에 가 보면 겨울 파도 아우성에 머리칼 갈라지는 뉴저지 북부 해변을 오늘이라도 가 보면 .. 詩 2009.01.26
|詩| 몸풀기 꽁꽁 얼어붙어 수정 빛으로 번득이는 고드름 끄트머리부터 끊어지거나 뜨겁게 녹아 떨어지거나 온순한 격정으로 아무런 상처 없이 전신이 떨리는 추위, 추위에 턱까지 떨리네 이빨이 따각따각 부딪히는 초저녁 눈발이 휘날리네 희끗희끗, 미쳤어 정말, 이리와, 가까이 와서 몸을 풀어 봐.. 詩 2008.12.24
|詩| 겨울 음악 하늘이 우중중한 회색 빛으로 내 머리를 짓누르는 겨울 아침에 베토벤 열정 소나타 3악장을 듣는다 국도 87번이 뉴욕 남북으로 줄기차게 뻗은 하이웨이가 나를 관통한다 겨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내가 열 살을 갓 넘어 앞마당 장독대 새파란 하늘 반들반들 비치던 간장 항아리 그 칠흑 같은 굴절의 삐딱한 각도가 하여튼 지금도 좋아라 가녀린 민들레 꽃줄기 여고생 당신 야들야들한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칠까 말까 고추장 고드름 아프게 뾰족하게 맴맴 내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뉴욕 하늘 완벽한 회색 빛 이게 내 유년기 하왕십리 지나 행당동 겨울이라면 눈비 질금질금 쏟아지다가 돌 축대 쿵 무너져 내리던 행당동 언덕길이라면 여기가 ©서 량 2003.02.03 - 2008.11.09 詩 200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