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의 꿈
최덕희
나무 그림자가 적막을 깬다
가지에 걸린 조각달은 나무를 끌어 안고
밑 둥을 덮은 낙엽 위에 가만히 내려 앉는다
따스한 온기가 아직 남은 흙 위에
사락사락 하얀 꽃잎이 입을 맞춘다
세상은 순간 마법에 걸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맥 없이 멈추어 서는 시계바늘
시간을 깔고 누운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또 하나의 나
낯익은 눈 빛이 뜻 모를 신호를 보낸다
요란하게 폭죽 터지는 소리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판
사라졌던 퍼즐 조각들이
빙빙 돌며 날아와 짝을 찾는다
무거운 눈까풀이 들리며 나른한 마디마다
하루의 무게를 싣는 이 겨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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