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겨울 밤의 꿈 / 최덕희

서 량 2009. 12. 1. 05:23

 

 

겨울 밤의 꿈

 

 

      최덕희

                    

 

 

나무 그림자가 적막을 깬다

가지에 걸린 조각달은 나무를 끌어 안고

밑 둥을 덮은 낙엽 위에 가만히 내려 앉는다

따스한 온기가 아직 남은 흙 위에

사락사락 하얀 꽃잎이 입을 맞춘다

세상은 순간 마법에 걸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맥 없이 멈추어 서는 시계바늘

시간을 깔고 누운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또 하나의 나

낯익은 눈 빛이 뜻 모를 신호를 보낸다

요란하게 폭죽 터지는 소리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판

사라졌던 퍼즐 조각들이

빙빙 돌며 날아와 짝을 찾는다

무거운 눈까풀이 들리며 나른한 마디마다

하루의 무게를 싣는 이 겨울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