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파도 파도 -- 마티스의 “파도 속 벌거벗은 여자”에게 (1938) 하늘 높은 날갯짓 갈매기 날갯짓 눈을 반쯤 뜬 채 활개치는 물안개 속 갈매기 갈매기 갈매기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파문, 웨이브, waves 칠흑빛 화려한 암흑을 도도히 떠맡은 女子 눈을 반쯤 감은 채 이목구비가 뚜렷한 詩作 노트: 마티스의 線은 늘 부드럽다. 흐르는 물, 잔잔한 파도처럼. © 서 량 2023.09.01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9.01
|詩| 간격 없음 간격 없음 --- 마티스 그림 “팔짱을 낀 여자”에게 (1944) 능선 산등성이 능선 눈동자 없는 새하얀 눈 양팔로 자신의 몸통을 붙잡는 순간 눈부신 하늘 바닷가 하늘을 기웃거리는 갈매기 갈매기 닿을 듯 말 듯한 여자의 입술 詩作 노트: 마티스의 곡선은 사뭇 경건하다.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건축물 같기도 하고. 그가 그리는 여자의 몸은 템플이다. 절이다. © 서 량 2023.06.03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03
*빗방울 전주곡 / 김종란 *빗방울 전주곡 김종란 피아노 음 빗방울 툭툭 맺히듯 마음 텃밭에 숲에 번지며 목덜미에 스미는 음악의 온도 먼 발치에 숲 속의 노루인가 어느덧 시야를 가로막는 만개한 작약 반쯤 열린 외따른 방에서 유려한 오월이다 눈빛 푸르게 깊어지는 짙은 이끼 빛으로 빛을 반사하는 물 연못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 짧은 여행을 떠나면서 기차안에서 펴보는 화려한 손수건 라일락 교보문고 앞의 라일락 김유정 문학관의 라일락 깃들고 싶다 초록의 불길과 소리 사물과 건물과 형제와 자매와 한 영혼인 듯 불현듯 가까웠던 이상과 김유정 향기만으로 깃들어 발등을 비추는 등불 문학의 꿈속을 지나며 초록의 불길과 번개가 겹치는 절벽과 파도와 먼 갈매기가 나르는 등대가 보이는 섬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시작노트: 비를 머금은 바람, 흔들리는.. 김종란의 詩모음 2023.05.23
바다 도서관 / 김종란 바다 도서관 김종란 잡은 것은 갈매기 깃이다 깃과 가슴의 흰빛 들여다보다 깜빡 종아리까지 파란 물이다 바닷물에 잠길 듯 떠있는 의자에 앉아 페이지 후르륵 넘긴다 빌딩 그늘 지나는 겨울 전차 소리 넘긴다 끝 여름 하얗게 불붙는 미루나무 울음 소리/ 깃을 들여다본다 눈 지르감다 깃을 덮는다 파란 물에 넘실대며 떠있는 의자 도서관 문은 임의로 잠기며 흰 갈매기들만 파도를 스치며 날아오른다 © 김종란 2013.10.0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6
길 없는 사람 / 김종란 길 없는 사람 김종란 집이 있어 모래 언덕이 나있다 나무 문 바다 향해 반쯤 열려 밀어보는 파도소리가 바다하늘 뇌수 가득히 들어와 갈매기 소리로 운다 상한 날개는 무겁다 햇빛에 부른 배에 빵 부스러기 넣으려다가 헛 구역질 한다 식빵 같은 길 한 방울 눈물은 눈가에 두고 문을 닫고 가버리는 사람들로 눈가에 자잘한 길들이 다져진다 하늘에서 떨어진 생선처럼 퍼덕여 본다 가슴 안에 바다가 넘쳐 한없이 고이나 구름 한 조각 사랑 한 조각 삭힐 수 없어 서서히 부패한다 문이 덜컹인다 살아온 찌꺼기로 불 붙는 집 바다 한가운데 서늘하게 있다 © 김종란 2011.03.31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2
초록을 담는다 / 임의숙 초록을 담는다 임의숙 어스름이 없어도 차를 마시는 시간은 파자마를 입어 편안하다 흰 밧줄을 타고 티백(tea bag)은 빈 연못속 사각의 달로 내려 앉는다 햇살이 달군 뜨거운 주전자 구름의 얼굴과 바람의 높 낮이로 말려낸 기억은 방울방울 피어 오른다 찻잔의 수심처럼 손가락으로 짚어보면 닿는 손바..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2.02
- Two Seagulls - 비엔나 베토벤 홀 연주 실황 바리톤-김광일; 피아노-Ralph Heiber; 시-서 량; 영역-서 량 작곡-서정선; 연주-베토벤 홀, 비엔나(Beethovensaal , Palais Pallffy, Wien), 2003년 4월 10일 두 갈매기 그때 이렇게 따뜻한 물살이었다. 캄캄한 우주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아가는 갈매기 두 마리가 파도에 둥실 뜨는 운명같은 것이다. 사람이.. 음악 연주 2008.07.13
|詩| 악사와 갈매기 남녀간의 미소한 감정차이 때문에 걸핏하면 배반 당하는 의미 툭하면 울고 흐느끼고 달이라도 덩실 뜬 응접실에 밤 늦도록 이순신 장군이 투구정장을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파도냐 난리냐 예쁜 지느러미의 거북선이여 어서 둥실 두둥실 떠 빨가숭이 왜병들을 잡으러 가자 소금물 바닷물 짜디 짠 눈.. 발표된 詩 2007.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