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전주곡
김종란
피아노 음 빗방울 툭툭 맺히듯 마음 텃밭에 숲에 번지며
목덜미에 스미는 음악의 온도 먼 발치에 숲 속의 노루인가
어느덧 시야를 가로막는 만개한 작약
반쯤 열린 외따른 방에서
유려한 오월이다 눈빛 푸르게 깊어지는
짙은 이끼 빛으로 빛을 반사하는 물 연못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
짧은 여행을 떠나면서 기차안에서
펴보는 화려한 손수건
라일락 교보문고 앞의 라일락 김유정 문학관의 라일락
깃들고 싶다
초록의 불길과 소리 사물과 건물과 형제와 자매와
한 영혼인 듯 불현듯 가까웠던 이상과 김유정
향기만으로 깃들어
발등을 비추는 등불 문학의 꿈속을 지나며
초록의 불길과 번개가 겹치는
절벽과 파도와 먼 갈매기가 나르는
등대가 보이는 섬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시작노트:
비를 머금은 바람, 흔들리는 신록의 무게. 청정한 문학의 숲에서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사라지는 언어들. 튀어 오르고 번지고 빛나는 빗방울. 봄의 귓속말.
© 김종란 2023.05.05
https://news.koreadaily.com/2023/05/12/life/artculture/202305121808148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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