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길 없는 사람 / 김종란

서 량 2022. 12. 22. 19:27

 

길 없는 사람

 

                          김종란

 

 

집이 있어 모래 언덕이 나있다

나무 문 바다 향해 반쯤 열려

밀어보는 파도소리가

바다하늘 뇌수 가득히 들어와

갈매기 소리로 운다

상한 날개는 무겁다

햇빛에 부른 배에 빵 부스러기 넣으려다가

헛 구역질 한다

식빵 같은 길

한 방울 눈물은 눈가에 두고

문을 닫고 가버리는 사람들로

눈가에 자잘한 길들이 다져진다

하늘에서 떨어진 생선처럼 퍼덕여 본다

가슴 안에 바다가 넘쳐

한없이 고이나 구름 한 조각 사랑 한 조각

삭힐 수 없어 서서히 부패한다

문이 덜컹인다

살아온 찌꺼기로 불 붙는 집

바다 한가운데

서늘하게 있다

 

© 김종란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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