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글꼴 글꼴 다 궁서체였다 그때는 광화문도 당신도 종이우산도 항공엽서에 눌러쓴 미국 주소도 그러나 지금은 다 맑은 고딕체다 아 태극기여 등을 꼿꼿이 세우고 똑바로 말해보라 급히 뛰어오는 승객을 위하여 스르르 정차하는 전차여 詩作 노트:2012년 8월에 비행기 시간이 늦어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치 못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슨 일로 광화문 미대사관에 갔다. © 서 량 2024.07.24 詩 2024.07.24
|컬럼| 472. 왜 소리를 지르는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 병원에 ‘Code Green’이 확성기로 울린다. 환자도 병동직원도 코드그린이 자기네 병동이 아니기를 바라며 귀를 쫑긋 세운다. 코드그린은 정신과적 위기상황을 알리는 응급 시그널이다. 인근 직원들이 급히 서둘러 해당 병동으로 운집한다. 환자가 직원을 때린 경우에도 화급하게 터지는 코드그린. 교통신호등 ‘green’은 직진 또는 우회전을 해도 좋다는 마음 편해지는 신호인 반면에 ‘red’는 차를 정지하라는 위험신호다. 나는 가끔 위기상황을 ‘Code Red’라 해야 되지 않나, 하는 한심한 생각을 하며 현장으로 뛰어간다. 관료적인 단어선택은 늘 부드러움을 우선으로 삼지만, 사실 코드그린에 반응하는 모든 직원들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확성기가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것만으로 모자..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4.07.24
|詩| 웃음 웃음 살며시 슬그머니어둠을 밝히는 눈동자진우씨 경숙씨맨해튼 북부 대낮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정면을 바라보는저 눈웃음 얼굴웃음을 보아라 詩作 노트:언제였지 그거야 잘 조사해보면 알 수 있다 왜 하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 거 참 © 서 량 2024.07.23 詩 2024.07.23
|詩| 대중탕 대중탕 수유리 수유동 목욕탕 빨래 냄새 무쇠솥 밥 냄새다 뜨거운 수증기 어둠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나를 느슨하게 감싸주는 알몸의 앎 詩作 노트: 라는 제목으로 응모한 한국일보 1988년 신춘문예. 얼굴도 몰랐던 심사위원이 김정기 선생님이었다. © 서 량 2024.07.22 詩 2024.07.22
|詩| 문예반 문예반 말을 하는 눈詩를 쓰는 몸짓짐짓 텍스트에 스며들어몇 색깔로 전달되는 詩畵앞장서는 몸부림이다 이것은팔을 끼거나 뒷짐을 지거나옷깃을 여미는 글쟁이들이 詩作 노트:2006년 11월 16일 김정기 선생님 시화전환자 때문에 늦게 도착했다 비 내리던 날 © 서 량 2024.07.21 詩 2024.07.21
|詩| 딴짓 딴짓 술이 오를 수록 투명해지는 샴페인잔 축배를 권하는 4년 선배 새하얀 앞니 색소폰 입에 물고 딴짓을 하는 나눈을 똥그랗게 뜬 10년 선배 입때껏 정신분석에 급급하시는 詩作 노트:한잠 오래전이면서 엊그제 같다아마 대학동문 연말파티 같은데 © 서 량 2024.07.20 詩 2024.07.20
|詩| 빗소리를 듣는 꽃 빗소리를 듣는 꽃 어디에나 내리면서 아무데도 내리지 않는 비당당한 교회화음으로진행되는 melody꽃의 認知삶의 默音에 사로잡히는 환희다 이것은빗소리 사무치는 꽃을 가슴에 달고 詩作 노트:2014년 7월 18일, 10년 전 오늘 김정기 선생님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뉴욕에서 © 서 량 2024.07.18 詩 2024.07.19
|詩| 선창 선창 울려고 내가 왔던가 유행가 소리 들린다 성조기 칼날 휘두르는 미동부 바람결 잊혀지는 해변 도시 부둣가 사람들 먼 사람들 시커먼 선박 멋모르고 우람한 뱃머리 하며 詩作 노트: 언제였지 뉴저지 남쪽 어디였지 거기가 혹시 Atlantic City 같기도 하고 비린내 나는 선창 © 서 량 2024.07.18 詩 2024.07.18
|詩| 정희 정희 김원숙 화가 lower Manhattan아파트에서 마시는 독주초등학교 문예반 시절 정희와 함께 지도 받은 문예반 선생님 고동색 얼굴 눈이 초롱초롱하다정희 얼굴에 사뿐 앉은 나비 한 마리김원숙 화가 그림 속 如實한 여자 詩作 노트:김원숙 화가 아파트에서 여럿이 술을 마셨다 누가 같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 물론 © 서 량 2024.07.17 詩 2024.07.17
|詩| 악기 소리 악기 소리 소리를 만지려는여리디 여린 신경조직우람한 태너 색소폰천정을 붕~ 울리는 中低音팔과 다리를 힘차게 휘저으며100% 받아드린다 아기는 가만이 누워서 詩作 노트:태어난지 두어 달 된 손자에게 색소폰을 소개한다손자 놈은 소리를 듣지 않고 본다 만지고 싶어하며 © 서 량 2024.07.16 詩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