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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474. 과거애착증

우리는 왜 어둡고 괴로운 과거에 매달리는가. 당신은 숱한 과거의 기억 중 어찌 그리도 아프고 슬픈 과거에 집착하는가. 따스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활짝 웃으며 ‘Happy Birthday to You~♪’ 하며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입을 모아 노래하던 즐거운 메모리 등등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인가.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케네디 공항에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일상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어느 날 비행기가 추락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되는 뉴스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일제히 쏠리지요. 나는 허전한 생일파티 등등보다 잘못하면 나의 안전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에 조마조마해집니다. 자기보존본능은 모든 생물체의 생존을 위한 기본여건이다. ..

|컬럼| 473. 버딘스키

환자들 간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금세 주먹다짐이 터진다. 정치가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난다. 그들의 말다툼은 주먹다짐 대신 막말잔치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룹테러피 세션에 나는 환자들의 인내심 부족과 미숙한 언변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토론을 멀리하고 강연 형식을 취하려 애를 쓴다. 마치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남의 말을 가로막는 습관이 있는 환자가 눈을 크게 뜨고 앉아있다. 그는 내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재빨리 끼어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꺼낸다. 다른 환자가 “Hey, Mr. Buttinksi!” 하며 그를 향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참 오랜만에 듣는 속어, ‘Buttinski’다. ‘butt in’에 도스토예프스키 또는 차이코프스키 같은 북유럽식 이름의..

|詩| 흥분파

흥분파 문어는 심장이 셋에다가 뇌가 아홉 개래. 심장 하나는 여덟 개 발로 콸콸 피를 보내는 일을 따로 한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언저리 길거리. 코뿔소, 하마 같은 성미 급한 동물들. 침착하게 앞발을 든 코끼리. 코끼리는 침착파, 툭하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들기는 고릴라와 문어를 흥분파로 분류했다.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는 왜? 하고 당신은 물어보겠지. 그거 옛날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징. 詩作 노트:Lower Manhattan 자유여신상이 횃불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이는 한여름 오후 언저리였어 사람들이 왕창 떠드는 곳이 © 서 량 2024.07.29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