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를 위한 詩 106

|詩| 만돌린의 태도

만돌린의 태도 -- 마티스 그림 “따바 로얄” 여자에게 (1943) Tabac Royal 따바 로얄 Royal Tobacco 흰 꽃병에 검정색 텍스트 참 귀족적이지 그치 깔끔한 콧수염 담배 냄새 샛노란 도어 옆 의자에 앉은 새하얀 드레스 여자 무뚝뚝한 만돌린 둘이서 대항하는 중이예요 부동자세로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 구성의 엉뚱한 면이 마음에 든다. 화가나 시인이나 좀 엉뚱한 데가 있어야 한다. © 서 량 2023.12.07

|詩| 눈빛

눈빛 -- 마티스 그림 “리디아 델렉토르스카야의 초상화”의 리디아에게 (1947) 어쩐지 웃고 있는 눈 노랑 파랑이 반반씩 차지하는 빛깔 절반 정도는 정말 말로 하기가 쉬워요 오렌지색 배경 초록빛에 싸여 긴장하며 진동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참 따스합니다 詩作 노트: 러시아를 혈혈단신 탈출한 리디아 델렉트로스카야. 1932년, 22살에 마티스 스투디오의 도우미로 고용된다. 그녀는 1941년에 소장암 수술을 받은 후 마티스가 불편한 몸으로 활동을 계속하다가 84살에 사망한 1954년까지 그의 곁에서 20여년동안 스투디오와 갤러리를 운영한다. 둘의 나이 차이는 40살. 마티스의 부인은 1939년에 가정을 떠난다. 시베리아 소아과의사의 딸 리디아. 파리 소르본 의대를 다니다가 학비를 대지 못해 중퇴한다. 마티스의..

|詩| 안락의자

안락의자 -- 마티스 그림 “까만 옷을 입은 노란 안락의자의 젊은 소녀”에게 (1935) 오른쪽 위쪽 연분홍, 연분홍 하늘 아래로 퍼지는 빛, 빛 뭉치 올리브 색 잎새 아래로 넘치는 midnight 블루 노란 의자에 누워서 꼼짝달싹하지 않는 여자 왼쪽 팔을 길게, 길게 옆으로 뻗은 채 詩作 노트: 마티스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 흥미진진하게 자유롭고, 조용하고, 혼자였다.”라고 말한다. 내가 시를 쓸 때도 그렇다. © 서 량 2023.11.20

|詩| 붉은 거북이

붉은 거북이 -- 마티스 그림 “붉은 실내, 푸른 테이블 위의 정물” 속 여자에게 (1947) 머리는 위쪽 양팔을 앞쪽으로 꽃병에 꽂힌 여린 식물 실내에 둥실 뜬 보름달 달 속 여자가 슬며시 웃는다 빨간 벽 푸른 테이블 언저리로 지직, 지지직 갈라지는 거북이 등짝 詩作 노트: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따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서 야수파(野獸派)라 불리는 마티스에게 거북이 한 마리를 선사한다. © 서 량 2023.11.08

|詩| 소파

소파 -- 마티스 그림 “소파 위의 젊은 여자”에게 (1944) Window 창문 없는 곳 大腦 brain 다 부질 없다 새까만 hair 번듯한 양팔 양다리 든든한 몸통 노랑 빨강 검정으로 수직 수평으로 휙휙 금이 그어지는 실내 젊은 여자 詩作 노트: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는 1941년에 받은 小腸癌 수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cut-outs,”(색종이 오리기) 등등 작품활동을 하다가 1954년 11월 3일에 죽는다. © 서 량 2023.11.03

|詩| 시선

시선 -- 마티스 그림 “에트루리아 화분과 함께 한 실내”의 여자에게 (1940) 숲에서 산다 가을에도, 火山巖 화산암으로 만든 커다란 화분, vase 손잡이 서넛 밑으로 손바닥 여럿 테이블 위 노란색 주홍색 과일을 바라보며 숲에서 산다 여자는 詩作 노트: 실내에 항아리만한 화분이 있고 숲이 우거지다.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과일들이 맛있어 보인다. © 서 량 2023.11.01

|詩| 방

방 -- 마티스 그림 “흰 드레스의 여자”에게 (1941) 하늘, 녹색 하늘빛 구름이 넘치는 방 개다리의자, 샛노란 의자가 붕 뜨는 방 땅은 싱싱한 겨자, 겨자색 흰 드레스의 10분의 1도 안되는 여자 얼굴 목부터 머리끝까지 아무것도 없다 싶지, 그치 詩作 노트: 마티스가 쓰는 노랑이 겨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니까. 부드러운 선도 그렇다. 의자가 식빵처럼 보이기도 하고. © 서량 2023.10.28

|詩| 의성어

의성어 -- 마티스 그림 “만돌린을 든 여자”에게 (1921 – 1922) 야자수 두 그루 손에 잡힌 만돌린 창문에 그림자 여자 뒷모습 재잘대는 잔파도 初聲 中聲 終聲 표주박 표음문자 쓰읍 씁 쓰읍 씁 Chick-a-boom chick-a-boom Ba-dum-bum-CHING 바덤범 칭 詩作 노트: 우리말 의성어는 ‘쿵따닥!’ 하면서 뒤가 탁, 끊기지만 영어 의성어 ‘치커붐!’은 울림이 큰 終聲이다. 재밌지? © 서 량 2023.10.26

|詩| 겹치마

겹치마 -- 마티스 그림 “붉은 소파”의 여자에게 (1921) sofa bed 시트는 빨강, 빨간색 백색 부츠를 신은 채 다리를 꼰 채 겹겹으로 쌓이는 feelings, feelings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하는 생각도 생각이다 pale blue 옅은 청색을 에워싸는 빨강이다 詩作 노트: 누워서 생각을 할 때는 모로 누워 하는 게 좋다. 똑바로 누워서 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 서 량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