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물고기 합창단

서 량 2021. 7. 15. 19:38


파도가 철버덕철버덕 옆구리를 때리는 동안 생선 가시가 입천장을 콕콕 찌르는 동안 내 연삽한 유년기 그림책에서 뛰쳐나온 새빨간 금붕어며 말로만 듣던 울긋불긋한 비단잉어며 전기 찌르르 오르는 거무죽죽한 뱀장어며 미끈한 민물 미꾸라지들이

 

지휘자 눈치를 잘 살피고 잔기침도 참아가며
긴장한 표정으로 첫 소절 첫 소리를 읍! 하며
한 박자 쉬고 곡을 시작하네요 순 재즈 식
불협화음이지 당신이 할 말이 많을 때 터지는

그런 불협화음이지 물론

 

바다에 금붕어들이 버글거렸다 말도 안돼

파도에 휩쓸리며 금붕어들이 바이올린 멜로디에

박자 맞춰 내 팔뚝이며 허벅지에 조근조근
입질하고 있어 간지러워요 웃음이 나와
아무리 참으려 해도 못 참겠어

 

물고기들이 노래할 때
꼬리지느러미를 같은 포지션으로 잡고
몸을 흔드네 훌륭해 아주 좋아요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으로 척척 아우러 

 

물고기 합창단 지휘자 이마에 흠뻑 맺히는 땀방울이 애처롭다 각양각색 물고기들 몸에 전기가 부글거려요 재즈 식으로 순 지 마음대로 주물러대는 지휘자 무릎이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으로 척척 꺾어지는 걸 봐봐 물고기들 입술이 순간순간 동그랗게 열려지는 모습이 아 참 신기해 신기하다 정말 신기해요

 

ⓒ 서 량 2007.07.08 -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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