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기생잠자리

서 량 2022. 11. 19. 22:17

 

웃을 때마다 뇌가 울린다 거대한 숲, 비에 젖은 접동새가 귀 기울이는 천둥 벼락, 지난 여름이 기울 때도 그랬다 새끼 손가락 반만 한 妓生잠자리 妓生잠자리 날개를 반짝이며 쏘다니는 원시의 숲에서 당신은 유튜브를 묵묵히 관람한다 공포에 질려서 마구 고함을 치고 싶어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어도
 

등허리에 여리디 여린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신 로마신화를 슬쩍 빠져나와 속세의 숲을 유람하는 바람의 신 神이라는 당신의 아이디, 이름을 발음하기가 한참 어려운 神이 숲을 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귀신 신, 웃을 때마다 쑥쑥 올라가는 방문통계 등뼈를 전후 좌우로 흔들면서 영영 당신이 전신을 부르르 떨다시피

 

시작 노트:
브들레르, 케루악, 긴즈버그, 정진규 같은 산문시인들의 고초를 생각한다. 케루악의 "On the Road, 길 위에서"와 오스본의 "Look Back in Anger,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가 떠오른다. Beat Generation. 얻어맞은 세대. 유튜브에 얽매이는 삶. 유튜브에 분노하는 제2의 Beat Generation. 1950년대 미국식 미식미식한 풍요와 육이오 직후 한국식 처절한 궁핍이 점철된다. 나는 얻어맞으면서 산다. 

 

© 서 량 2011.08.15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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