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캄캄한 우주
깨알만한 은하수까지 움켜쥐는
엄청난 기력입니다
떡갈나무들이 허리 굽혀 옷을 벗는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추억, 추억
전신이 땅거미 저녁 빛, 오렌지색 황혼 빛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몸부림, 몸부림이
목숨을 거는 모습이다
슬픈 기색이 없이
눈물 따위 글썽이지 않으면서
심지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깁니다
시작 노트:
옛날에 써 두었던 시를 혼쭐나게 많이 뜯어고쳤다. 시를 쓰다 보면 그저 만만한 게 계절을 주제로 삼는 짓이다. 특히 봄이나 가을을 우려먹는다. 전에 <봄의 반란>이라는 시를 쓴적이 있다. 이번에는 <가을의 난동>이다. 맞다, 맞다. 계절은 내게 반란을 이르키고 난동을 부린다. 그런 어려움을 섭렵하겠다고 덤벼드는 나도 참, 나다.
© 서 량 2008.10.14 – 2022.11.17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바다 밑 거북이 (1) | 2022.11.25 |
---|---|
|詩| 기생잠자리 (3) | 2022.11.19 |
|詩| 화려한 가을 (4) | 2022.10.11 |
|詩| 따스한 가을 (5) | 2022.10.08 |
|詩| 산개구리 (3) | 2022.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