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 물결치는 호숫가 머리칼 풀어헤친 갈대들이 서걱거린다 샛노란 금발 또는 갈색 머리 내 어릴 적 앞마당 장독대보다 더 높은 음정 하왕십리 지나 행당동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다음 소절을 예고하는 트롬본 주법으로 낮게 터지는 당신의 탄성 지구의 예민한 음감, 바람이 몸을 푼다 천천히 잠시라도 좋아, 잠시라도 좋다며 우주 속 깊이 자리잡은 무한한 가을을 나는 줄기차게 탐미한다
시작 노트:
가을에는 바다를 멀리한다. 갈대밭을 훑어가는 바람. 잔물결 일렁이는 호수. 행당동 변전소 앞을 지나 전차 역으로 가는 행길에서 무학여자고등학교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금관 4중주 연주가 그치지 않는다.
© 서 량 2022.10.11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기생잠자리 (3) | 2022.11.19 |
---|---|
|詩| 가을의 난동 (3) | 2022.11.17 |
|詩| 따스한 가을 (5) | 2022.10.08 |
|詩| 산개구리 (3) | 2022.09.29 |
|詩| 꿈꾸는 의자 (0) | 2022.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