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눈을 크게 뜨다

서 량 2022. 11. 26. 08:14

 

     눈(眼)은 야만적인 상태에 존재한다

          -- *안드레 브르통 (1926)

 

빅뱅이 사라지자 금세

새롭게 생겨나는 샛별을 보세요

구름빛 소파에 앉아서 당신이 말한다

빨강 노랑 파랑 풍선 낯익은 얼굴들을 봐봐

빅뱅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무더운 공기 사방팔방 풀려나는 지구보다

몇 백 배 더 큰 생물 무색 무취 무미 아메바

짚신벌레 등등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 모습 어디가 야만적이지

저 샛별 어디가 야만적이지

 

* Andre Breton – 1924년에 초현실주의 성명서를 발표한

  프랑스 정신과의사, 시인, 초현실주의의 태두

 

시작 노트:

정신과의사 앙드레 브르통은 프랑스에서 초현실주의 시를 쓰기에 바빠서 '의사짓'을 포기했다. 그 즈음 미국의 소아과의사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는 꼬박꼬박 의사짓을 하면서 시시때때 처방전에 시를 끄적거리며 미국적인, 가장 미국적인 시의 기틀을 마련했다. 나도 매일 미친 사람들을 보면서 시상을 많이 얻어 좀 미치광스러운 시를 쓰지만  의사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 서 량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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