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의 난동

서 량 2022. 11. 17. 20:13

 

심지어 캄캄한 우주

깨알만한 은하수까지 움켜쥐는

엄청난 기력입니다

 

떡갈나무들이 허리 굽혀 옷을 벗는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추억, 추억

전신이 땅거미 저녁 빛, 오렌지색 황혼 빛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몸부림, 몸부림이

목숨을 거는 모습이다

 

슬픈 기색이 없이

눈물 따위 글썽이지 않으면서

심지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깁니다

 

시작 노트:
옛날에 써 두었던 시를 혼쭐나게 많이 뜯어고쳤다. 시를 쓰다 보면 그저 만만한 게 계절을 주제로 삼는 짓이다. 특히 봄이나 가을을 우려먹는다. 전에 <봄의 반란>이라는 시를 쓴적이 있다. 이번에는 <가을의 난동>이다. 맞다, 맞다. 계절은 내게 반란을 이르키고 난동을 부린다. 그런 어려움을 섭렵하겠다고 덤벼드는 나도 참, 나다.

 

© 서 량 2008.10.14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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