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피노키오 / 임의숙

서 량 2014. 12. 18. 11:06

 

         



피노키오


                                                 임의숙



킁킁 코가 자라요. 협박과 아양으로 매일 커져요. 거짓말요? 아무렴 어떻겠어요.

열 마디 거짓말이 1 그람의 살을 찌우는 것이라면. 불편한 코를 질질 끌고 다니더

라도. 한 숟가락 먹여야겠어요. 접시마다 모종한 꽃들이 맛깔스러워요. 환심을 사

기위해 모든 영양소가 동원됐죠. 비쩍 마른 두 다리는 눈길조차 외면하는 데요…


그때 보았어요. 거대한 흰고래를. 아이는 울지 않았어요. 응급실이라는 장소에 어

울리지 않게. 울음과 신음의 배역들은 머리에 빨간 꽃송이를 달고 들어왔고. 우리

는 방청객석에 나란히 앉아 귀 담아 듣지 않았죠. 설마했던 기대가 흑과 백의 커튼

속에 펼쳐지기 전까지. 반짝. 튀어나오기 전까지. 삼 개월이라는 진단서가 똑 부러

진 채. 아이의 배역이 주어졌을 때. 작은 입 속에서는 무수한 알갱이들이 뿜어져 

왔죠. 아이의 울음은 응급실이라는 무대를 뼈저리게 핥고 있었죠. 스텐레스의 어

픈 두 다리를 세우고 절름발이 흰고래를 데리고 왔죠.  


통통 알갱이들이 몰려다녀요. 흰고래의 알갱이들. 하루살이에 불과하지만 매일 다

게 태어나죠. 따가운 매미처럼 예민한 신경을 쪼아 먹어요. 사춘기라는 환상 

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죠. 얌전한 알갱이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참 기

일이죠. 예의 바른 알갱이에게는 기꺼이 손과 발이 되어드리겠습니다만. 급상승

는 알갱이를 다독이다가. 다독이다가 그만. 아침 밥상이 허물어졌어요.


눈이 내려요. 펑펑.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는 데요. 꼭 말로해야

자랑인가요. 발가락이 얼고 있는데 그래도 꽉 찬 우정은 보기 좋아요. 흰기브스

에 우정을 세기면 까매지나 봐요.부러진 다리의 아픔도 모른 척. 스텐레스의 두 

리는 씩씩한데요. 인사도 없이. 버스에 오르네요. 킁킁 코가 커져요. 잡초만 무

한 시마다 오늘은 어떤 거짓을 모종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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