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겨울꽃 / 임의숙

서 량 2014. 12. 10. 09:44



겨울꽃


                            임의숙



그만, 꽃을 보고 말았습니다

문밖의 세상은 하얗고 하얘서 무관심마저 하얘서

얼음 속에 피었습니다

첫 발을 넣는 순간, 우두둑

묵직한 향기가 부서졌습니다


묻어둔 불씨를 틔우기 위해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뚝 뚝 끊어진 연기의 행방은

아궁이의 불안으로 어지러웠습니다

바퀴의 두 줄을 양손에 쥐고 돌아오던 길들이

아무일 없던 것처럼 하얗게 지워진

속눈썹에는 매달린 이슬방울들이 

끙끙 앓는 잠이 무거워

눈물은 짜디짜게 검었는지 모릅니다

모락모락 안개가 숨어들던 털신발이

겨울과 가난은 한 계절일 것이라고

아버지의 검은 씨앗을 다독이다가 그을린

생각들은 불티로 꺼 버렸습니다

가슴에 담지 말아야 할 향기들

마당 가득 잿빛으로 뿌렸습니다.


계절에 마을을 두고 층층이 옮겨 심은 화분에는

흉내내는 꽃들이 곱게 피었습니다

눈속임이라는 거 알면서도

그 꽃을 사랑했습니다.


소금꽃

하얗고 하얘서 밤을 걸었던  

그의 발자국이 어디에서 멈추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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