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쉘터에서/ 최양숙

서 량 2014. 11. 6. 19:35


쉘터에서


                                      최양숙



쉘터 마당에 들어서면 길길이 뛰면서 짖어대는 너의 동료 중 독방에 점잖게 앉아 동요하지 않는 눈길이 

있다. 세상을 관조한 듯 너의 얼굴은 창살 밖의 얼굴이다. 바닥조차 창살인 이곳은 이름만은 따듯한 

보호소지만 실은 사형선고를 받기 전의 유치장이다. 죄명은 사람들의 인형놀이 동물로 태어나진 것과 

인공도시에서 귀찮은 존재라는 것. 혼자 살 수 없는 너희들까지 배려할 수 없는 이 세상인 것을 알고 

있지. 사람도 모두 보살피지 못하는 각박한 세상은 또 다른 창살이다. 그런 세상이라면 차라리 버리련

다. 검은 눈동자 속 깊이 배인 애원과 공포, 말로 표현 안돼 짖을 수밖에 없는 동료들에게 시침 분침은 

처참한 테러를 향하여 죄어오고 있다. 여기서 보호되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권리가 살 권리를 

앞선다. 각자 창살 안의 편의를 위해 생명이 사라져간다. 살아갈 땅을 나누어야 할 세상에 이기심의 

창살에 갇힌 자들 내 곁에 오지 말라고 창살을 친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꽃 / 임의숙  (0) 2014.12.10
자화상 / 임의숙  (0) 2014.11.22
가을 / 임의숙  (0) 2014.10.16
귀향 / 송 진  (0) 2014.09.30
선 낮잠 / 윤영지  (0)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