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임의숙
작은 웅덩이에 잎이 떠 다니면
가을이다, 나는
잊기도 하고,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건너 뛰지 못하고 돌아서 간다
가난한 시간들이 모이면
정말 가을이다, 아버지
풍성한 들녁 일 마치고 돌아와도
쌀독은 캄캄하다
고인 배고픔만 빈 바가지로 떠 다니는
아버지의 가을이
사르르 울 것 같아
사각사각 울 것 같아서
아버지의 작은 웅덩이에 나는
풍덩풍덩 떠 다녔다.
가을
임의숙
작은 웅덩이에 잎이 떠 다니면
가을이다, 나는
잊기도 하고,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건너 뛰지 못하고 돌아서 간다
가난한 시간들이 모이면
정말 가을이다, 아버지
풍성한 들녁 일 마치고 돌아와도
쌀독은 캄캄하다
고인 배고픔만 빈 바가지로 떠 다니는
아버지의 가을이
사르르 울 것 같아
사각사각 울 것 같아서
아버지의 작은 웅덩이에 나는
풍덩풍덩 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