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진통제 / 윤지영

서 량 2013. 10. 5. 23:01


진통제

 

                       지영

 

 

대지의 끝에 매달린 초록이 힘겹다

그 가벼움의 뼈마디에서도 세포가 분열하고

여름내 달궈진 울음 사이로 진통이 시작된다

 

자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말들

아무것도 되어주지 못하는 일들이 내게 올 것이다

이 계절은 금지된 표지판 앞에서

가장 쉬운 일 하나 던져놓고

늘 제 몸처럼 나를 쓰다 버린다

 

인적 없는 곳으로 자주 나를 불러내는 바람

그 길에서

떠나가고 있는 것들을 만난다

들꽃 같은 짐을 지고

 

깨알같은 도시들을 지나 너에게로 가는 길

젖은 관절들이 몸을 일으켜 약을 투여 받는다

손가락으로 길을 낸다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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