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대지의 끝에 매달린 초록이 힘겹다
그 가벼움의 뼈마디에서도 세포가 분열하고
여름내 달궈진 울음 사이로 진통이 시작된다
자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말들
아무것도 되어주지 못하는 일들이 내게 올 것이다
이 계절은 금지된 표지판 앞에서
가장 쉬운 일 하나 던져놓고
늘 제 몸처럼 나를 쓰다 버린다
인적 없는 곳으로 자주 나를 불러내는 바람
그 길에서
떠나가고 있는 것들을 만난다
들꽃 같은 짐을 지고
깨알같은 도시들을 지나 너에게로 가는 길
젖은 관절들이 몸을 일으켜 약을 투여 받는다
손가락으로 길을 낸다
하늘에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 상. 통. 신. / 김가은 (0) | 2013.10.18 |
---|---|
소리의 파도 / 김가은 (0) | 2013.10.18 |
여름이 가고 / 임의숙 (0) | 2013.09.06 |
17년의 기약 / 윤영지 (0) | 2013.08.16 |
여허러분 (윤복희님 노래 제목) / 황재광 (0) | 201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