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상. 통. 신.
김가은
기계가 온몸을 흔들어대며 통신을 하고 있다
우주를 통해 나의 환상 통을 건드리며
두어 달 묵혀 두었던 집에 들어와
온기를 넣으며 먼지를 닦는다
세상에 티끌로 삭아 날아 가지 않는 것은 없으니
한자리에 박혀 있는 책, 책상, 옷들도 무언가를 불어 보내며
부피를 줄여가고 있네
전화를 끊은 지 오래된 소통
팩스 기계가 갑자기 통신을 시작해
부재 중에 누군가가 ‘너 거기 없어?’
소식을 전했었나 보다
손끝을 마주 대며 땅속 깊은 울림으로 전하던 연결 고리는
잊혀진 지 한참인데
누군가 전하고 싶은 마음 한 자락
나의 귀가를 감지하고
이제 메시지를 전해 온다
‘너를 그리워 하며 햇살 맑은 날 커피 마시고 있어’
흐르는 것은 바람
먼곳에서 소리를 실어 온다
몸을 둥글게 말아 정말 가만히 있으면
성에가 낀 작은 동굴하나 가슴속에
환하게 열리고
소리들 공명이 되어 퉁 퉁
커다란 울림통에서
‘니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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