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소리의 파도 / 김가은

서 량 2013. 10. 18. 12:37

           

 

         소리의 파도

 

                            김가은

 

도시에 산다는

목화 이불대신, 소리를 덮고 밤마다 해저에서

앓으며 잠이 드는 것이다.

쇠덩이 구르는 소리 초라한 몸뚱이 위를 떠다니며

파도를 일구고 낮아진 옅은 숨결 가르며 철썩인다

하얗게 물기 빠진 육신은 점점 모래톱에 닿을 얇아지고

고무, 물기 달고 아스팔트 스치며

물결소리 길게 끌고 가는데

소리들은 그들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가벼워진, 무게를 느낄 없는

뜨지 못하고

마치 추를 단듯이

깊이 가라 앉는다

도시의 소리 파도가 일렁일때 마다

검은 밤을 토해내며 끝없이 멀미를 댄다.

 

물도 소리가 된다

낮은 , 높은 곳에서

파도가 된다

고무의 소리, 별이 떨어지는 소리

철근의 소리, 이슬이 튕겨나는 소리

소리들은 죽어 나가고. 살아 울어대고 있다

검은 아스팔트에 끈적이며 눕기도 하고

하얀 새벽 일어나 휘적이기도 한다

어떤 소리들은 파도가되어 아스팔트 지하에 잠든 자들을 재우나니

멀리 떠나는 소리, 돌아 오는 발자국소리, 국화꽃잎 하나 하나 파르르 떨리는 소리

모든 소리들 조용히 아스팔트에 내려 앉는다

바삭이는 검은 색으로 가라앉아 샐로판지 처럼 얇아진 이름들

소리를 덮고 밤은 잠이 든다

 

이처럼 고요할 수는 없다

지금, 오늘밤,

물이 굽이치는

소리도 없고

파도도 없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바퀴도, 아스팔트도, 그리고 물도

파도가 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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