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환. 상. 통. 신. / 김가은

서 량 2013. 10. 18. 12:51


환. 상. 통. 신.


                                 김가은

 

 

기계가 온몸을 흔들어대며 통신을 하고 있다

우주를 통해 나의 환상 통을 건드리며

두어 달 묵혀 두었던 집에 들어와

온기를 넣으며 먼지를 닦는다

세상에 티끌로 삭아 날아 가지 않는 것은 없으니

한자리에 박혀 있는 책, 책상, 옷들도 무언가를 불어 보내며

부피를 줄여가고 있네

전화를 끊은 지 오래된 소통

팩스 기계가 갑자기 통신을 시작해

부재 중에 누군가가 너 거기 없어?’

소식을 전했었나 보다

손끝을 마주 대며 땅속 깊은 울림으로 전하던 연결 고리는

잊혀진 지 한참인데

누군가 전하고 싶은 마음 한 자락

나의 귀가를 감지하고

이제 메시지를 전해 온다

너를 그리워 하며 햇살 맑은 날 커피 마시고 있어

흐르는 것은 바람

먼곳에서 소리를 실어 온다

몸을 둥글게 말아 정말 가만히 있으면

성에가 낀 작은 동굴하나 가슴속에

환하게 열리고

소리들 공명이 되어 퉁 퉁

커다란 울림통에서

니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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