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최양숙
이른 새벽 봄을 낚는 그물에
기장 앞바다가 걸려있다
먹이사슬 맨 아래 천적을 피해 떼 지어 다니던
멸치의 꿈은 푸른 등을 타고 솟아오르고
그물 터는 어부들의 입장단에 축제는 시작된다
쌍끌이 어선 속 방수 우비에
지친 속내 감추고 겨우내 시름을 털어내면
끝내 움켜쥘 수 없는 것은 그물망을 빠져나가고
수명을 살아내지 못한 멸치는 창공을 향하여
투명한 비늘에 빛을 모아 꿈을 산란한다
집어등의 빛을 향해 봄 바다를 날다가
그물에서 털어지자마자 순간을 날고
일순에 지는 봄꽃인양 멸해서 멸치다
부두 횟집 손님 혀끝에 핀 은백의 개나리는
산란의 꿈을 이식한다
* 대한민국의 멸치 어획고의 60%를 차지하는 부산 기장군은 봄에 멸치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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