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대기자 / 윤지영

서 량 2013. 4. 13. 02:17
           

대기자


                    윤지영



그 동안 고마웠어요

아직은 붉은색이 되지 못한 당신을

정중히 모십니다

 

우리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은 건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의 몸 속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내 이름들을 찾고 있지요

앞에 놓인 유리거울을 치우지 마세요

당신이 데려온 시간들은 아직 유효합니다

새로 나온 사탕이나 쵸콜렛을 먹고 싶어요

달큰한 언어들은 나를 설레게 하지요

몸이 무거운 나는 난폭한 기류에 흔들리는걸 좋아해요

흠뻑 젖고 싶다구요

 

기다리지 마세요

당신을 부르는 건 내가 아니에요

유연한 몸짓으로 당신을 부풀리세요

그러면 그 이름

            붉은색이 됩니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왼쪽 / 윤지영  (0) 2013.04.24
엄니 전 상서 / 송 진  (0) 2013.04.21
치과 의자 / 최양숙  (0) 2013.04.12
감꽃향 나는 밤 / 윤영지  (0) 2013.04.03
어느 시간의 화석 층 / 송 진  (0) 201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