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거운 것
김종란
지하 이층 숨긴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들
천진난만한 울음소리는 아침잠 묻은 채 오르내리던
지하 삼층 에스컬레이터 잠시 멈춘다
빛과 속도를 비행하며 내려와
지친 비둘기 한 마리 지하에 두고 간 노래소리
물밀듯 승객 빠져나간 지하철 통로에 남아
빨간 잠바에 흰 모자 깔끔하게 쓴 중국여인
광활한 우주에 무중력으로 뜬 채로
아직도 쉬지 않고 혼자 대화하고 있다
운행을 멈춘 별똥별처럼 명멸한다
잉크냄새 풍기며
하루는 발행되었으니
생명의 뒷문 열어 젖혀 맞바람 치는
한 켠 그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이야기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일어나 빠르게 걷는다
무거워진다
폐기되는 길 위에 지어지는 집
숭숭 뚫린 꿈과 기억을 눈물로 메운 집
가볍고 아슬아슬한 집들의 골목을
되짚어 가는 길은 가장 무거워
웃음소리 같은 밝은 노래 뒤따른다
© 김종란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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