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하루 / 김종란

서 량 2022. 12. 20. 18:52

 

하루

 

                       김종란

 

반딧불 일렁이듯

오월 보리물결 뒤채듯이

한치의 공간에 슬며시 들어선 좀도둑 이무로이

미소 짓다, 기웃대다 어여쁜 것 훔쳐 내빼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몸으로

세상을 지은 말(言) 품은 화살로

한치의 여지에 그대 안 부르르 떨며

명중하는 흙의 꿈

쓸모를 버릴 수 없어 과녁은

지는 석양을 나르는 화살의 꿈을 꾸네

 

하루 하루

낯익은 도둑을 배웅하며

들숨과 날숨 사이에 새겨보는 말

세상을 짓는 말

 

© 김종란 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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