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김종란
반딧불 일렁이듯
오월 보리물결 뒤채듯이
한치의 공간에 슬며시 들어선 좀도둑 이무로이
미소 짓다, 기웃대다 어여쁜 것 훔쳐 내빼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몸으로
세상을 지은 말(言) 품은 화살로
한치의 여지에 그대 안 부르르 떨며
명중하는 흙의 꿈
쓸모를 버릴 수 없어 과녁은
지는 석양을 나르는 화살의 꿈을 꾸네
하루 하루
낯익은 도둑을 배웅하며
들숨과 날숨 사이에 새겨보는 말
세상을 짓는 말
© 김종란 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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