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흰 눈 벚나무 / 김종란

서 량 2022. 12. 21. 18:53

 

흰 눈 벚나무

 

                     김종란

 

            

벚꽃 어리는 눈 핏발이 서린 겨울이네

흰 눈 벚나무 수정 빛

 

여행가방 손잡이 알맞게 누그러졌으니

가볍든지 무겁든지

무릎 꿇고 양말을 개며 바지 탁탁 털어 접으며

오늘의 수업 마치고 목숨의 한 부분 말끔히 지운다

 

살아있어, 그 신비로움으로

뭉싯거리는 몸짓으로

문을 열고 낮고 짙은 회색 구름속에서

이무로이

찰라의 것들 낌새를 훔쳐내지

 

눈을 찌그려라도 뜨고 응시하면

물꼬가 터져

흰 눈 벚꽃이 진다 검붉은 열매가 드러난다

 

살아있어

봄 겨울에 흰 눈 벚나무

 

© 김종란 201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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