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성냥개비 집 / 김종란

서 량 2022. 12. 20. 19:18

 

성냥개비 집

 

 

                    김종란

 

 

내 손안에 드는 집

눈이 내린다

몇 송이 눈에 휘청인다

새끼 손가락으로 대들보를 받쳐준다

무너지더라도 눈이 펑펑 내렸으면

협궤열차가 달려와 눈의 마을에서 조그많고 반질반질한 

탁자위로 달려와 미끄러질 듯 덜컹거리며 멈춘다

 

기다림의 집

모든 작은 것은 서로를 떠받치며

균형을 잃어 밀리며 뒤로 벌러덩 자빠져도

소리가 없다

눈이 속마음에서부터 펑펑 쏟아져 눈사태를 이루면

창문의 얼룩을 손끝으로 살짝 밀어 본다

폭설의 집

무너져 내리며 부딪히며 잠시 나르기도 하는 집

가벼웁고 쉬이 사라지는 눈이 내리면  

 

폭설이 내리면

불의 기호들이 모여 춤추는 집

눈 속에 파묻혀도

뜨거운 집

 

© 김종란 201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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