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사람
김종란
집이 있어 모래 언덕이 나있다
나무 문 바다 향해 반쯤 열려
밀어보는 파도소리가
바다하늘 뇌수 가득히 들어와
갈매기 소리로 운다
상한 날개는 무겁다
햇빛에 부른 배에 빵 부스러기 넣으려다가
헛 구역질 한다
식빵 같은 길
한 방울 눈물은 눈가에 두고
문을 닫고 가버리는 사람들로
눈가에 자잘한 길들이 다져진다
하늘에서 떨어진 생선처럼 퍼덕여 본다
가슴 안에 바다가 넘쳐
한없이 고이나 구름 한 조각 사랑 한 조각
삭힐 수 없어 서서히 부패한다
문이 덜컹인다
살아온 찌꺼기로 불 붙는 집
바다 한가운데
서늘하게 있다
© 김종란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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