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볕은 인색하기만 하다
된서리 내린 뜨락에 뒹구는
낙엽마저 녹아내려 질펀한데
가지 끝에 매달렸던 과일들이
미처 익어가지도 못하게
겨울이 자꾸 언 발을 디민다
온난화현상으로 지구는 땀을 흘리고
해가 갈수록 체감온도는 떨어져
철새도 길을 잃고 헤매인다
몇 닢 매달은 단풍나무는
밑둥을 돌아 부는 바람의
거친 숨소리를 참아내지 못하고
땅 속으로 고개를 떨군 풀꽃들도
여름을 안고 떨어져 묻힌 작은 씨앗도
겨우내 저 밑에서
그들의 삶을 이어 갈 것이다
무언의 변화를 암시하며
텅 빈 속에 아침을 열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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