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길 장(葬) / 최양숙

서 량 2009. 11. 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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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숙

                           

       

세상의 급류에서

튕겨나와

찻길 옆에  던져진

야생의 회색 털짐승

태엽이 모두 풀린

무너진 꼬리 위로

비가 내린다.

 

질주하는 차들은

속력도 그대로

힐끗 일별이나 할까

바퀴가 굴린 바람이

털끝을 조문한다.

 

언덕 나뭇가지

진저리치며

빗방울을 뿌릴

숲의 정기를 나누던

무리들은

헤어짐의 의미를 알까.

 

안의 붉은 점막

먹이를 찢던

날카로운 잇열 사이로  

들이치는

차가운 빗물 속에

더운 눈물 방울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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