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12

|컬럼| 143. 별사탕의 추억

별사탕의 추억 2011년 10월말 핼로윈 데이 이틀 전에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맨해튼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다. 이 믿기지 않는 뉴스를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하는 뇌까림이 튀어나왔다. - "Not a snowball's chance in hell!" 'snowball'은 'snow'와 'ball'의 합성어로서 14세기부터 쓰인 단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1910년에 'not a snowball's chance in hell'이라는 슬랭이 생겼다. 직역하면 '지옥 속의 눈덩이만 한 기회도 없다'. 지옥에는 늘 활활 타는 불이 있어서 눈덩이쯤이야 금방 녹아버릴 것이라는 연상에서 나온 속어다. 'snowed under'라는 말도 있다. 눈사태 밑에 깔렸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컬럼| 142. 바보 같이 지내라

바보 같이 지내라 금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에디슨, 또는 월트 디즈니라 불리는 애플 컴퓨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5일, 56세의 아까운 나이에 췌장암으로 죽었다. 그가 남긴 명언 중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입학식 축사의 마지막 말 '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경구가 세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 '배 고프게 지내라. 바보같이 지내라' 'fool'은 고대불어의 'fol'에서 유래했고 본래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folly'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fool'에는 미친 사람과 지능이 낮은 사람을 동일시하는 우리의 편견이 깊이 숨어 있다. 정상궤도를 벗어난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도 바보라 한다. 빌 게이츠처럼 대학을 중퇴한 잡..

|컬럼| 141. You pays your money...

You Pays Your Money 'for love or money'라는 표현은 사랑이나 돈의 힘으로도 어떤 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강한 부정을 암시하는 관용어다. 'I cannot stop for love or money' 하면 세상 무슨 힘으로도 나를 결코 막지 못한다는 결의를 나타내는 말이다. 1939년 일제 강점기 시절 '홍도야 울지 마라'를 주제곡으로 히트를 친 우리의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아마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우리의 심금을 울린 연극은 사랑과 돈을 거부하는 서구적 자율성과는 정반대로 사랑과 돈의 불쌍한 희생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던 것이다. 작금의 지구촌은 사랑의 갈등보다는 돈을 위한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가 파산직전에 놓였다는 보도로 전세계가 불안에 떨..

|컬럼| 140. 가을을 위한 합창

가을을 위한 합창 며칠 전 뉴저지의 한 내과의사 집에서 열렸던 소프라노 홍혜란의 비공식 독창회를 잊지 못한다. 201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그랑프리 수상자다운 깊은 감동의 물결을. 'soprano'는 라틴어로 '높은 목소리'라는 뜻이었고 현대영어 'super'의 근원이었고 원래는 높거나 특출하다는 의미였다. 'super'라면 얼른 떠오르는 말이 'superman'이나 아파트 관리인을 의미하는 'superintendent' 따위가 있다. 그리고 바쁜 직업 여성으로서 아이들도 남 못지 않게 착실하게 보살피는 능력 있는 어머니를 요사이 'super mom'라 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supermarket'도 20세기 자본주의 시민의 필수조건이다. 1999년부터 8년 좀 넘게 미국 유료채널 'HB..

|컬럼| 139. 태풍의 이름들

태풍의 이름들 기후라는 뜻의 'weather'는 고대영어로 'weder'라 했는데 원래 '바람' 또는 '바람이 분다'는 의미였다. 말 뿌리가 같은 'wither'는 빛이 바래거나 꽃, 혹은 애정 같은 것이 시든다는 뜻으로서 바람이 불면 수분이 고갈되는 이치를 담은 단어다. 당신은 황량한 요크셔 벌판의 폐가를 배경으로 하여 1847년 출판된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을 기억하는가. 저자 에밀리 브론테는 그 소설 속에서 'wuthering'이 'withering'의 영국 북부 사투리로 폭풍이 휘몰아친다는 뜻이라고 몸소 설명한다. 그 당시 'weather'와 'wither'와 'wuther'는 서로 같은 뜻이었다. 16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weather-beaten' 또한 햇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