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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오해

오해 밤과 낮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태양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나는 귀머거리야. 베어마운틴 들쑥날쑥한 산허리 외길을 급하게 운전한다. 나 또한 당신 무의식 속 깊이 파인 기쁨 밑바닥에 흐르는 슬픔을 도무지 실감하지 못한다. 같은 피가 많이 섞인 손주딸 마음도 마찬가지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싸락눈이 슬금슬금 내린 다음 날 아침 내 헛헛한 목덜미를 데워주던 겨울 햇살은 또 무슨 의미였는지. 詩作 노트:17년 전 쓴 詩를 약간 뜯어 고친다. 맞다. 詩는 고쳐 쓸 수 있다.내가 나를 고쳐 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서 량 2007.08.20 – 2024.11.23

|詩| 모짜르트

모짜르트 나이도 어린 놈이클라리넷을 귀신같이 잘 부는 친구를 위하여작곡한 곡 양념 좋은 불고기 한참 맛깔스런수유리 장미원 언저리 햇살당신은 누구를 위하여 형편없는 시를 쓰는가창현이 권택이 영수 규동이는 저토록누구를 위하여 현악기를 기똥차게 연주하는가 詩作 노트:신영수 엄규동이 나 한참 어린 나이 수유리숲에서 모짜르트 클라리넷 5중주를 겁도 없이 연주했다네 ⓒ 서 량 2024.11.20

|詩| 실내

실내 가즈런한 젓가락영갑 순재 안무 규동 창남 나 기인이 형 진훈이 미세스 조 육 엄 최 나이 들어 안경을 안 써 버릇하면시력이 좋아진대 와사비 초고추장을 자주 먹어도 그렇대한 명은 떠억 넥타이를 잡숫질 않았나 詩作 노트:지난 9월말 맑은 날 동창 여덟이 Englewood Cliffs ‘바다이야기’ 맛집에서 만났다 충호 준재가 빠졌어 ⓒ 서 량 2024.11.10

|詩| 도서관

도서관 다들 카메라 쪽을 바라보네 공부고 나발이고 옥상에 부는 바람이 더 좋아성미 고분고분한 의대생 여섯을 보아라홍서, 창용이, 병일이, 태운이, 나, 덕성이번지르르한 신사복 차림들그러나 태운이 옷차림이 제일 폼이 난다 詩作 노트:언제였는지 1965, 1969년 사이가 틀림 없어얼굴 표정들이 참 모두들 고분고분하지 않나 ⓒ 서 량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