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말 핼로윈 데이 이틀 전에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맨해튼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다. 이 믿기지 않는 뉴스를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하는 뇌까림이 튀어나왔다. -- "Not a snowball's chance in hell!"
'snowball'은 'snow'와 'ball'의 합성어로서 14세기부터 쓰인 단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1910년에 'not a snowball's chance in hell'이라는 슬랭이 생겼다. 직역하면 '지옥 속의 눈덩이만한 기회도 없다'. 지옥에는 늘 활활 타는 불이 있어서 눈덩이쯤이야 금방 녹아버릴 것이라는 연상에서 나온 속어다.
'snowed under'라는 말도 있다. 눈사태 밑에 깔렸다는 뜻으로 한 사람이 어떤 일에 압도당해서 죽자고 고생하는 그림이다. 그래서 'I was snowed under with work' 하면 하는 일이 고돼서 쩔쩔맨다는 의미가 된다. 'snow'를 속 시원하게 타동사로 써서 'snow somebody'하면 누구를 꼼짝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정신과 병동에서 직원 회의를 할 때 'Let's snow him with medications'라고 누가 제안했다면 그건 약을 과도하게 써서 환자를 해파리처럼 비실비실하게 압도해버리자는 화급한 발언이다. 'snow'는 무서운 단어다.
'snow job'은 어떤가. 슬랭에 미숙한 당신은 '눈 치우는 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이 말은 감언이설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교묘한 거짓말을 뜻한다.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을 굴리면 눈덩이가 삽시간에 커지는 법. 그래서 어떤 조그만 일이 점점 더 부풀어지는 사태를 명사가 아닌 동사로 'snowball'이라 한다. 'It got snowballed into a big deal' 하면 어떤 일이 점점 불어나서 큰일이 됐다는 뜻이다. 이와 연관해서 'snow job'은 과장하고 허풍을 떠는 작업인 것이다.
무서운 가면을 쓴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Trick or Treat!', '과자 안 주면 장난칠 거야!' 하며 소리치는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초콜릿보다 어릴 적 먹던 별사탕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별이 들어간 영어 관용어도 머리에 떠오른다.
'Aim for the star!' 라는 표현이 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상을 높이 가지라는 경구다. 별을 겨냥하라니? 우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을 '하늘의 별 따기'라 하는 의식구조와는 아주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왜 이다지도 요즈음 기후변동은 예측불허일까. 일부 종교인들이 설파하듯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일까. 'It's written in the stars' 라는 관용어가 생각난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표현이다. 당신이나 내 평생에 세상이 끝나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할 뿐. 오늘 내일 지구가 온전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천지신령께 감사할지어다. 이럴 때 영어로는 'We should thank our lucky stars'라 한다.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라는 우리 속담을 아는가. 어렸을 때부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혼동을 일으켰고 사실은 아직도 좀 그렇다. 아무리 반어법이라지만 어찌하여 오래 삶아 물렁물렁해진 호박에 이빨이 들어가지 않을까.
핼로윈 데이에는 무서운 해골 가면도 볼만 하지만 호박의 내장을 다 긁어내고 눈, 코, 입을 삐죽삐죽하게 칼로 파 놓은 'Jack-o-lantern (호박등불)'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나저나 핼로윈 데이 이틀 전에 폭설이 쏟아지다니.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소리다.
© 서 량 2011.10.30
-- 뉴욕중앙일보 2011년 11월 2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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