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에너지 에너지 누가 뒤에서 뭐라 할 때뭐? 하고 물어 볼 때옆자리 여동생이 말이 없다차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무둥치 나뭇잎새미세한 당신의 머리카락초록이 흘러간다 빛이 뭉개지고 있어차분하게 움직이는 차 안으로 詩作 노트:아버지 구순 생신날 무슨 소문난 중국집에 가고 있었다 14년 전에 ⓒ 서 량 2024.09.17 詩 2024.09.17
|詩| 겸손하신 아버지 겸손하신 아버지 설악산에서아버님이 아니신 아버지따라 웃는 웃음 울창한수목 캄캄한 초록금방 폭삭 무너질 듯 머리 위로 우뚝 섰다 1도 무섭잖은 주먹 불끈 쥔 바위 뭉치 詩作 노트:아버지를 아버님이라 하면 아버지가 무슨 SNS 친구 같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른다 ⓒ 서 량 2024.09.11 카테고리 없음 2024.09.11
|詩| 메모리 메모리 초록 무리 언저리 언저리에 아버지 내 아들 손녀딸 활짝들 웃고 있네 아이들 눈맞춤 당신 왕성한 기억 기억력 꿈틀대는 세포들 원형질에 몸을 맡겨라 마구자비 초록이 번창하는 순간순간에 詩作 노트:3세대에 걸친 사진을 스캔해서 풍경이 아닌 증명사진 형태로 합성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 서 량 2024.06.28 詩 2024.06.28
|詩| 역광 역광 따스한 바람 등뒤에서 반짝이는 바람 한 손을 골반 윗부분에 얹는다 나를 감싸는 빛 잎새 뒤 초록 숯검정 숱한 유리벽 도시 왼쪽 창문으로 세차게 진입한다 詩作 노트: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간 맨해튼 Park Avenue Catalano 여행자 시리즈 조각품에 홀딱 반했다 詩 2024.05.31
연두가 초록에게 / 김정기 연두가 초록에게 김정기 무릎 위로 꽃잎이 날아든다 내 자리를 비워 줄 차례를 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버티려 한다 사는 것이 어디 길가는 것처럼 되더냐 초록은 연두를 몰아낸다 하늘을 입에 문 초록은 잘 가라고 말한다 연두는 초록에게 막바지에 당신의 색깔이 파열될 때 나를 그리워하지 말라 나는 절벽을 걸어 내려간다 온 누리의 바람이 내 옷 깃에 스며들고 나는 새털같이 가벼워진다 무거운 초록을 입히지 않은 진득한 유월에 닿지 않은 몸으로 시간을 건너가는 눈부심으로 유유히 절벽을 내려간다 먼 곳에 있는 사람의 긴 손을 잡고 © 김정기 2010.05.05 김정기의 詩모음 2023.02.02
사과의 갑옷 / 김종란 사과의 갑옷 김종란 초록이 빨강을 이야기 하는 사과는 objet 다 사과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 곳 이 시간 내 눈 앞에 있음이 전부다 빨강을 품고 짓는 초록의 웃음 세잔의 갑옷을 입고 너는 빛 안에 나는 이 곳에서 무모하다 © 김종란 2021.04.10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8
초록 멀미 / 김정기 초록 멀미 김정기 잎들이 밀려온다 도처에서 초록 폭탄에 맞아 숨졌던. 우리는 오랫동안 푸를 줄 알고 외면해버린 아까운 나날 이제 다시 색칠해도 빛 바래져 젖은 잎들만 누어있다. 어둡지 않으면 볼 수 없던 반짝임을 이제 나누어 갖으려 숲으로 간다. 당겼다 놓은 화살이 살갑게 박혀 올 때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초록의 얼굴 꺼지지 않는 불 속에 던져져서 초록 그을음에 온몸을 사루며 세상 고개를 넘는다. 고향집 안방 벽지에 그려진 색깔에 구토하던 건방진 젊음이 흔들린다. 사방이 거무스름한 벽으로 다가오는 저녁마다 엽록소 한 방울에 타는 입을 추겨 잊어버린 이름을 떠올리면서 살아난다. 넉넉한 품에 숨어서 숨 쉬는 고요가 초록 번개에 기절한 낮잠을 깨운다. © 김정기 2013.07.08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09
|詩| 새벽 냄새 새벽에서 꽃 냄새가 난다 이상한 꽃 냄새 오후쯤에야 겨우 사라질까 말까 하는 뭇 별 냄새 내 쪽으로 오고 싶어 안달하는 은하수 냄새 얼추 회색인가 싶었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내 대뇌피질을 연신 건드리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산뜻한 빛의 율동 오래 전 음력설에 맡았던 영락없는 당신 색동저고리 냄새 © 서 량 2006.08.10 - 2021.08.16 (수정) 원본 -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발표된 詩 2021.08.16
초록을 담는다 / 임의숙 초록을 담는다 임의숙 어스름이 없어도 차를 마시는 시간은 파자마를 입어 편안하다 흰 밧줄을 타고 티백(tea bag)은 빈 연못속 사각의 달로 내려 앉는다 햇살이 달군 뜨거운 주전자 구름의 얼굴과 바람의 높 낮이로 말려낸 기억은 방울방울 피어 오른다 찻잔의 수심처럼 손가락으로 짚어보면 닿는 손바..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1.02.02
|詩| 초록색 비밀 활엽수가 눈을 반쯤 감고 목덜미 따가운 햇살 샤워를 황급히 하는 사이에 눈까풀 골 깊게 파인 청개구리 한 마리, 초점 흐린 시야에 안개가 서리네 멋 모르는 양서류(兩棲類), 계절의 변화에 무척 무딘 높은 산 능선 깊숙이 사철 마르지 않는 골짜기 물줄기 그 맑은 흐름 때문에, 차가움 때문에 편안한 .. 발표된 詩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