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상담 7

|컬럼| 369. 나는 없다

병동에서 ‘caretaker’와 ‘caregiver’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caretaker’는 빈집, 빌딩을 지키는 경비원이라는 말이면서 ‘간병인, 양육자,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하는 ‘caregiver’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take’와 ‘give’는 서로 반대말인데 어찌 의미가 같을 수 있냐고 간호사가 질문한다. 문제는 ‘care’라는 말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뜻을 품는다는 데 있다. ➀돌봄, 보살핌 ➁조심, 주의 ➂걱정, 염려 이토록 ‘care’에는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거나 간병인이 환자를 돌볼 때나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보살필 때 걱정을 해야 한다는 불안한 메시지가 숨어있다. 환자의 걱정을 빼앗아(take) 해소시키고 환자에게 보살핌을 주는(give) 것은 둘 다 같은 말이라고 간호..

|컬럼| 328. 수다 떨기의 원칙 몇 가지

병동 입원환자 중에 성미 고분고분한 젊은 놈이 하나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걸면 어김없이 랩(rap)으로 대답한다. 흑인 악센트가 팍팍 들어가는 리듬감으로 쌍소리가 곧잘 튀어나오는 그의 즉흥 랩은,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나는 그 분열증 환자의 순발력에 깊이 감탄하면서 흐치흐치, 치커붐! 하며 랩에 합세하여 변죽을 울리고 싶다. 야, 너 또 랩 하냐, 하면 피식 웃으면서 내게서 얼른 줄행랑을 치는 아주 이상한 놈이다. 할아버지 제삿날 우리 집에 들리던 먼 친척 ‘떠버리 아저씨’가 생각난다. 여자들은 생선전을 부치면서 수군수군 수다를 떨지만 떠버리 아저씨는 한잔 거나하게 드신 얼굴로 아무나 붙잡고 큰 소리로 쉬지 않고 혼자 떠드신다. 그의 대화법은 독백에 가깝다. 자신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