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마운튼 맨, 빌(Bill)

서 량 2007. 11. 8. 08:40

내가 싫어하는 환자 중에 하나가 몸이 집채만하다 못해서

산처럼 뵌다해서 그놈이 한 달에 한 번 내게 올 때는

건물 경비원부터 비서들까지 긴장하는 놈이 하나 있는데

게다가 키는 보통 크냐 말이지 이건 정말 너무해

오죽하면 그놈 별명이 'The Mountain Man, Bill'이겠어

Bill, 그놈이 내 앞에 섯을 때 그놈 얼굴을 쳐다보면

얼굴은 안 보이고 천장만 보여요

어떤 때는 천장은 안 보이고 천장의 거미줄만 보여

 

몸무게가 400파운드가 넘어서 500파운드에 가깝대

500파운드면 몇 킬로그램인지 나 몰라 골치 아파

40중반인 이놈이 나를 찾는 이유는 사람들을 보기가 싫고 무섭다는 거

그러니까 날 보고 그 증상을 없애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야 너는 이놈아 체중을 줄이면 스스로 남들을 보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 했더니

글쎄 이놈이 저도 그 생각을 했다는 거라

내가 근엄한 표정으로 근데 너 왜 살을 못빼냐!? 하고 호통을 쳤지 그랬더니

저는 먹는 재미에 산대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이건 정신병도 아니야 고집도 아니야 나 이거 솔직히 뭔지 몰라요

 

가장 상식적인 차원에서 당신 같으면 뭐라 하겠어 응

그렇게 눈만 깜박거리지 말고

어디 무슨 말좀 해 봐

 

© 서 량 200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