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6

|컬럼| 28. 악마와 호랑이

‘Speak of the devil and he is sure to come’이라는 영어속담이 있다. 이것을 ‘악마에 대하여 말하면 악마가 꼭 온다'는 식으로 직역한다면 당신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하는 순간 그 뜻이 귀에 금방 쏙 들어오지 않는가. 인간의 잠재의식에 깊이 박혀 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동서양 간에 이렇게 좋은 대조를 이룬다. 옛날 양키들은 악마를 무서워했고 우리 선조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에서처럼 우리의 호랑이는 위기를 지칭한다. 반면에 ‘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 (악마와 깊고 푸른 바다 사이에서)’ 하면 진퇴유곡에 빠졌다는 뜻..

|컬럼| 337.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중 “적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이 우연히 튀어나왔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만화가 월트 켈리(Walt Kelly, 1913~1973)가 포고(Pogo)라는 만화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한 말이란다. 포고는 이렇게 말한다. -- “We have met the enemy and he is us.” (우리는 적을 만났는데 적은 우리다.) ‘enemy’의 말뿌리에는 9세기경 고대 불어로 적 말고도 ‘악마’라는 뜻이 있었고 라틴어로 ‘친구가 아닌 사람’, 즉 ‘낯선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13세기의 영어권에서는 이 단어는 비기독교인을 지칭했다. 14세기에 들어서서 비로소 전쟁 상대의 적군(敵軍)이라는 무시무시한 의미가 생겨났다. 여자 이름 ‘Amy’에는 ‘ene..

|컬럼| 183. 고양이와 개와 쥐

It rained cats and dogs last night! 정말 그랬다. 요란하게 싸우는 고양이와 개처럼 지난 밤에 비가 억수로 내렸다. 승용차 여섯 대가 이리저리 부딪혀서 사고가 난 고가도로를 차들이 엉금엉금 기었다. 더러는 샛길을 이용하러 했지만 교통이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출근이 이렇게 늦어진다는 건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다. 곤경에 빠졌다는 뜻으로 '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가 있다. 사람이 '악마와 짙은 청색의 바다'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섬뜩한 표현이다. 이런 걸 한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 하지만 나는 귀에 얼른 쏙 들어오는 '빼도 박도 못한다'는 순수한 우리말이 더 좋다. 그리고 그럴 때는 그냥 '쥐 죽은 듯' 가만이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컬럼| 14. 악마와 샛별

고대 유럽의 켈트(Celt)족이 쓰던 달력은 10월 말에 한 해가 끝났다. 기원전 500년경 당시의 미신에 따르면, 그들의 연말인 10월 말일은 모든 떠돌이 귀신들이 이듬해에 기거할 사람 몸을 점령하기 위하여 날뛰는 날로서 죽은 영혼들과 산 영혼들이 뒤범벅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귀신에게 씌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10월 31에 동네방네 떼지어 쏘다니며 소란을 피우고 귀신 쫓는 행사를 벌렸다. 그 날을 이름하여 ‘핼로윈데이(Halloween day)’라 했는데 어원학적으로는 ‘모든 성현의 날’(All-Saints Day)’이라는 뜻이다. 이열치열의 원칙 대로 귀신을 쫓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귀신 짓을 하는 것이다. 요사이에도 핼로윈데이에 귀신이나 악마 복장을 입은 아이들이 남의 집 문을 두드리며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