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량 488

|詩| 줄무늬

줄무늬 -- 마티스 그림 “분홍색 옷을 입은 실내의 소녀”에게 (1945) 수직으로 내리는 빛줄기 빨강 주홍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빛다발 초록 벽장 문짝에 수평으로 스치는 숯검정 빛살 여자가 저항하는 빛의 힘이다 의자 끝 모퉁이에 살짝 엉덩이를 얹은 채 詩作 노트: 마티스의 빛이 빗발치는 실내를 감상한다. 푹신한 의자에 등을 대고 싶지 않은 여자! © 서 량 2023.09.26

|詩| 콘트라스트

콘트라스트 -- 마티스 그림 “메리 허친슨의 초상화” 여자에게 (1936) 나른한 눈빛이 어둠을 파고드는 방, 빛이 그득한 방 더운 손바닥이 받쳐드는 머리, 여자 머리 눈썹, 눈썹을 치켜드는 메리 허친슨 *coo, coo, ca-choo, 미세스 로빈슨~♪♬ *Simon & Garfunkel 노래, ‘Mrs. Robinson’에서 (1967년 영화 ‘졸업’ OST) 詩作 노트: 메리 허친슨이 백지 안에서 빛과 어둠을 번득인다. 메리가 눈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네. 쿠, 쿠, 카추~♪ © 서 량 2023.09.24

|詩| 반향

반향 -- 마티스 그림 “반사”의 여자에게 (1936) 앞모습 옆모습이 다르잖아요. 클라리넷 solo 비올라 소리 비슷한 좀 어두운 音色. 주제와 변주곡! 올리브색 기둥이 솟는다. 絃樂 4중주 여린 화음이 깔리네요. 나는 이 부분이 넘넘 좋아. 아다지오 템포로 진행되는 클라리넷 duet, 때때로 저음이 강해지는. 詩作 노트: 마티스의 거울에 180°로 등을 돌려도 거울은 90° 각도로 단정한 옆 얼굴을 비춘다. 두 다른 각도가 클라리넷 이중주를 연주한다. © 서 량 2023.09.18

|컬럼| 450. 여자, 여인, 여성

한 주일 내내 궂었던 날씨를 뒤로하고 며칠을 청명한 하늘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2023년 9월 중순 뉴욕 가을 초입이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어린 시절 동요 가사가 떠오른다.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부분에서 피식 웃는다. 어린 나이에 여자가 치마를 갈아입는 장면을 연상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맞다. 방금 ‘여자’라 했다. 남자의 반대말로 쓰이는 여자. 군대시절에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이라는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해변의 여인아~♪” 부분에서는 ‘여인’이라는 말이 아주 쿨하게 느껴졌다. 여인은 여자의 아어(雅語). 우아한 단어다. ‘해변의 여자야’, 하면 기분을 잡쳐버린다. 여자의 반대말은 남자지만, ‘여인’의 반대말로 ‘남인’이라고 하지는 않는 게 이상하다. 조선 시대의 사색당파 중..

|詩| 다른 사람

다른 사람 -- 마티스 그림 “거울 앞에서” 여자에게 (1908) 저와 비슷한 얼굴 전혀 다른 얼굴이 好感을 보이는 눈치다 조금 열려진 짙은 갈색 서랍에 손을 얹은 네모 반듯한 거울 속 눈을 크게 뜬 女子 詩作 노트: 당신도 생각해 보라. 거울 속의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마티스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어. 순 내 상상이다. © 서 량 2003.09.16

|詩| 좋은 각도

좋은 각도 -- 마티스 그림 “앉아 있는 여자”에게 (1938) 안정된 45° 비스듬히 기대는 몸 body 짝째기 눈 초롱초롱한 여자의 눈 팔 다리 생김새가 서로 비슷하다 서로 감싸는 전경 前景 옅은 역광 逆光 한쪽 다리 절반이 없네 그래도 괜찮아 詩作 노트: 마티스의 그림은 대체로 울긋불긋하지만 데생은 빛과 어둠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 © 서 량 2023.09.02

|詩| 파도

파도 -- 마티스의 “파도 속 벌거벗은 여자”에게 (1938) 하늘 높은 날갯짓 갈매기 날갯짓 눈을 반쯤 뜬 채 활개치는 물안개 속 갈매기 갈매기 갈매기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파문, 웨이브, waves 칠흑빛 화려한 암흑을 도도히 떠맡은 女子 눈을 반쯤 감은 채 이목구비가 뚜렷한 詩作 노트: 마티스의 線은 늘 부드럽다. 흐르는 물, 잔잔한 파도처럼. © 서 량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