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대천해수욕장
11살쯤 때 대천해수욕장, 당신이 등허리 따끔한 타이어 고무 튜브를 타고 둥실 두둥실 떠 내려 가는 거지 파도에 밀리고 밀려 유년기 평화에 씻겨 해변이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면서 당신의 의식도 점점 깊어지는 거지 生을 들여다보는 공포와 부모 친구 사랑 모두 차가운 물살에 휩쓸리는 여름 한복판 멀리 멀어진 해변과 당신의 몸부림을 가느다란 거미줄이 이어주는 현실과 꿈을 맨가슴으로 판가름하는 당신이 힘이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지 11살쯤 때 대천해수욕장, 당신이 등허리 따끔한 해변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이 지금껏 둥실 두둥실 떠내려 가고 있는 거지 가면 갈 수록 더 깊어지는 검푸른 바다 속으로 © 서 량 1994.08.02 첫 번째 시집 (문학사상사, 2001)에서 수정 -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