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푸른빛 나는 분홍 / 김종란

서 량 2022. 12. 29. 19:39

 

푸른빛 나는 분홍

 

                           김종란

 

유리병에 기대어 흰 장미가 만개했어요

바라보니

흰 장미 곁 푸른빛 나는 분홍 어른거려요

큰 언니

더 이상 많이 웃고 얘기 안 해도 돼요

 

코너에서 사람 바라보기 좋아서

사람 참 좋은 것이라

날려 다니다 잠시 멈춰진 구겨진 종이쪽

빗물이 조금 담긴 빈 소주병처럼

반쯤 그늘진 벽에 아무도 모르게 앉아

세월의 바람소리에 추임새를 넣고 있었죠

 

언니가 수 놓은 시간 아무도 모르게 흐르죠

절벽을 지나 푸른 강물을 지나

바다에 들었네요

파도 한 자락으로 솟구치며

망망대해, 언니

 

© 김종란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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