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뱃길
김정기
쇠 침대에 누어서 바다를 본다.
바다는 술렁이며 몸에 와 감긴다.
초록색 긴 칼은 망명의 첫 밤을 다시 베어내며
흰색 홑이불 속에 안온한 주검을 깨운다.
간호사 마리아는 찬 손으로 뱃고동을 울리고
바다는 아주 조금 흔들린다.
막혔던 기도가 안으로 울리니
모진 말들이 사랑의 너울을 쓰고
15분 뱃길은 길고도 짧다
다른 사람들만 빠지는 줄 알았던
기계로 지어진 바다는 가을 벌판이다.
왼쪽 가슴에 닿았던 칼날을 거두고
반짝이 구두를 신으면 땅은 다시 꽃을 피워
휘청거리는 몸을 받아준다.
나흘 걸려 외운 방사선치료실 영문 표기판이 꿈을 꾼다.
© 김정기 201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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