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전어구이 / 김정기

서 량 2023. 1. 9. 21:03

 

전어구이

 

                           김정기

 

지난 여름 가장 뜨거웠던 날

마당 어귀 잔디를 태우던 불볕 한 타래

먹어버렸다

몸에서 나오는 보드라운 가을볕에

나뭇잎의 피부는 헐거워지고

작은 몸에 오팔 갑옷을 입었다

솔가지 불 속으로 뛰어든 한입 살점

집 나갔다 돌아온다는 속설에 덜미 잡혀

저녁상에 올릴 쓸쓸한 반찬.

 

그동안 버렸던 꽃나무를 몸에 심고

언젠가 바다를 떠나

빛나는 모형의 비늘로 팔려가기를 기다린

차가운 눈빛은

연기에 묻혀있다

 

© 김정기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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