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구이
김정기
지난 여름 가장 뜨거웠던 날
마당 어귀 잔디를 태우던 불볕 한 타래
먹어버렸다
몸에서 나오는 보드라운 가을볕에
나뭇잎의 피부는 헐거워지고
작은 몸에 오팔 갑옷을 입었다
솔가지 불 속으로 뛰어든 한입 살점
집 나갔다 돌아온다는 속설에 덜미 잡혀
저녁상에 올릴 쓸쓸한 반찬.
그동안 버렸던 꽃나무를 몸에 심고
언젠가 바다를 떠나
빛나는 모형의 비늘로 팔려가기를 기다린
차가운 눈빛은
연기에 묻혀있다
© 김정기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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