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23

|詩| 낮에 노는 강

강이 재잘대는 강물이 낮 동안 실컷 놀다가 물고기와 더불어 까불며 놀다가 밤이 되면 말도 안 하고 웃음도 그치고 이중인격자 안색으로 슬금슬금 일을 하는 거야 일이라는 게 가만이 보면 바다로 바다 쪽으로만 흘러가는 짓 훌륭한 작업이에요 그런데 강물은 그 짓을 밤에만 한대나 봐 낙엽은 또 보라는 듯이 낮에만 떨어지잖아 밤에는 끈적한 수액을 몸 속에 똘똘 다진 다음 남은 힘으로 까칠한 가지를 끌어안고 자고 애써 자고 환한 햇살의 위로를 받아들이며 다음 날쯤 휘청휘청 떨어지고요 낙엽이 말이에요 누런 낙엽 한 잎 강물에 술렁술렁 떠내려 가네 그림 같은 낙엽 한 잎 얇은 그림자 낙엽 한 잎이 강물이 재잘재잘 떠들면서 낮 동안 실컷 노는 사이에 © 서 량 2008.09.18

2008.09.18

|詩| 봄의 광끼*

우리들끼리 말이지만 새 봄에는 뭐든지 가능하대요 아까 종려나무가 뿌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걸 봤어요 싱싱한 물구나무서기 종달새 쯤은 저리 가라는 거에요 걔네들이 아무리 비상력이 좋다지만 봄에는 또 돌멩이건 지난 가을에 미처 치우지 못한 낙엽들이고 다 덜렁덜렁 들뜨는 법이래 이놈들이 덜렁덜렁 들뜬다 해서 무슨 큰일이 일어날 것도 아니야! 하며 내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쳐도 시종일관 막무가내라 시방 저도 봄의 광끼에 몸을 맡겨볼까 하는데, 어때요? © 서 량 2008.04.18

2008.04.19